한가함

2020. 1. 31. 13:15 from 매일매일

오늘은 요가 수업이 없어서 운동도 안갔고, 코딩 수업도 자체적으로 휴강했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냥.....-_-;; (사실 수업교구가 없어서라는 핑계)
일을 하지는 않지만 오전엔 늘 운동하거나 수업을 들으러 가기에 집에 잘 없다. 그래서 이런 시간이 생기면 이 여유가 너무 좋다. 이렇게 소중한 여유를 쓸데라고는 1정도밖에 없을 웹서핑에 쓴다는 사실에 곧 슬퍼지긴 하지만... 이럴거면 빨래라도 개라구. 구석에 곱게 놔두지 말고.

나는 집이 너~~무 좋다. 집엔 내가 필요한 것들이 다 있다. 일단 첫번째 커피머신이 있고(이거 사고나서 한번도 커피숍에 안갔다.) 두번째 조용하고, 나를 방해하는 것들이 없고, 세번째 나에게 말을 시키는 사람도 없다. 마지막으로 (이것도 중요한 점인데) 집에 있으므로 집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귀찮음을 무릅쓸 필요가 없다.

그래서 집이 참 좋은데... 이렇게 있는 시간이 너무 편하면서도 죄책감도 든다. 이렇게 편해도 되나? 집에서 아무일도 안하고, 청소는 했지만 반찬도 안만들고 빨래도 놔둔채로 안 개고 있고.. 공부도 안하고 책은 사다두고 전시만 해놓고.

그래서 운동을 좋아하나 싶기도 하다. 운동은 꽤나 성취감을 주는 행위니까.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는 상당한 강박과 약간의 열정인데 처음엔 살을 빼려고 시작했다. 허벅지가 두껍다고 생각해서 늘 컴플렉스였는데 엄청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다리가 두껍다기보단 골반이 작아서이며 죽지않을 정도로 먹지 않고서는 내가 원하는 라인은 안나온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론은 내렸지만서도 이상하게 운동에 대한 강박이 있었다. (그런것치곤 유혹에 엄청 잘 흔들렸네. 죄책감만 컸던듯..-_-) 엄청나게 열심히 한 것은 아니었지만 매일매일 가는 정도로.
운동을 하고 나면 몸도 나른하고 다음날은 근육통도 생기고, 아주 열심히 하면 뭔가 없던 근육도 생기고 못하던 동작도 하게 되고 이런 것들이 나에게 만족감을 주는 걸까. 아니면 그냥 머리를 비우고 시키는 대로 해 나가는 것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걸까. 안하면 내 안에 있는 잔먼지같은 생각들을 지울 수가 없으니까.

이렇게 한가하게 있으면 뭔가 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천만에.
내일 무슨 요리를 해야 할지 생각좀 해보려고 했지만 전혀(통삼겹살 구이를 해보려 했지만 머리속 준비는..), 빨래는 머리속에서 계속 개는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만 하는 중이다. 그래도 이런 기분 느낄 줄 알고 어제 골라둔 가계부와 다이어리는 주문했다. 요리책도 눈앞에 갖다 두었고 기대는 안하지만 영어책도 같이 두었다.
이쯤되면 늘 생각한다. 운동을 안가도 이시간 가도 이시간.
어차피 남는 시간이라면 편하게 즐기기라도 하지.. 왜 생산성있게 보내지 못했다고 죄책감을 만들어내는 것에 에너지를 쓰는지. 넌 그렇게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는걸 아직도 모르는 척 하기는.

나는 10시간 정도는 자야 피로가 풀릴까말까하고, 책읽는걸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별로 안좋아한다. 운동은 확실히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 그 이유는 아직도 미스테리. 왜냐면 혼자 하라고 하면 절대 안하고 등산, 마라톤 같은건 질색, 실외 운동은 뭐든 그닥이니까. 귀찮은거 제일 싫어하고 뭐 벌려놓는거 싫어하고 그렇지만 잘하고 싶은 것도 있고 좋아하는 것도 있고. 마음은 있는데 실천을 못해서 1년을 1초처럼 보내기도 하고. 휴. 내가 잘하는 건 뭐 없는 건가. 이래서야 40년을 어떻게 살아온 걸까.

이래서야 한가하면 안되는 거다. 역시 난 빡빡한게 좋다. ㅠㅠ


Posted by pinkrah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