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에게 노트북이 생긴거다. 처음이다.
노트북이 별거 아니라면 아닌데..예전엔 데스크탑만 썼고 그후엔 컴퓨터를 만질 시간이 없었고.
그렇게 더디가는 시간이 흐르고 흘러 노트북을 다 만져보는군.
무슨 말을 하고 싶기도 하고 무슨 글을 장황하게 쓰고싶기도 한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 실타래가 잔뜩 있는데 그 시작이 어딘질 알아야 풀어나가지. 어디인지 찾고 찾아도 그색이 그색인듯 어디가 시작인지.
그냥 이렇게 아무거나 쓰는 것도 좋다. 뭔가를 두드리고있다는 것도. 일단 이게 시작인지도.
지금은 새벽 2시 반. 자야하지만..잠을 자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자신이 없다. 다가오는 아침을 어떻게 맞이하지? 눈뜨면 아침일텐데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일어나야 할까? 이런 생각 안해도 일어나지겠지만 그래서 더 그렇다.
딱히 우울한건 아닌데..우울하지 않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네. 마치 돈이라는게 생활하기 충분하다고만 해서 부족함 없는것은 아니듯이.
잠시 이것저것 생각해 봤다. 그러다가 "나는 지금 내 생활에 만족을 못하는건가?" 라고 생각해보니..대답은 둘째치고 질문을 하니 또 질문이 나온다. 내 생활이라는건 대체 지금 어떤게 내 생활인걸까? 내가 스스로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내 생활이라는게 있나?
이거참..어려운듯 쉬운듯. 능동의 순간을 떠올리려니 너무 멀리 간다. 하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자꾸만 참 답답해진다. 나도 우리집도 이 동네도..뭔가 차를 타고 달리다보면 어느순간 거울에 쾅 부딪힐것만 같이.
도대체가 여기를 둘러봐도 저기를 둘러봐도 비슷한 주제, 비슷한 이야기, 비슷한 모습. 장담컨데 이건 아마 10년 전에도 같았고 10년 후에도 같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자꾸 하는게 나한테 좋을건 없는데 한번 시작하니 계속 하게된다. 이것 참 난감하네.
이럴땐 또 단순하게 생각하는게 제일인데, 그래서 내 생활에 만족을 하냐 못하냐부터.
만족한다. 만족해. 120%까지는 아니지만 100%라고 생각한다. 괜히 쓸데없이 우울해 할 그런 상황은 전혀 전혀 아니다. 어쩌면 배가 불러서, 아니면 늦은 시간이라 약간 센치해서그런건지도.
그러니까 "내 생활"에는 만족한다. 아마도 나는 나 자신에게 만족을 못하는 거였나보다.
내 생활이랑 나 자신이 다를 수 있나. 당연히 그럴 수 있지.
밤에 잠자리에 누워서 눈을 감으면 마치..긴 야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듯한 편안함을 느낀다.
그 기분 오래 느낄 새도 없이 잠들긴 하지만 너무 편한 시간이다. 내 생활의 문을 닫고 그 문에 기대서 이제 진짜 나 혼자뿐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기분?
동굴에 들어온 기분.
그곳이 어떤 곳이더라도 환하게 밝혀주는 전등같은 빛을 내 마음 속에 넣고 싶다.
어떤 곳에 있더라도 어떤 일을 하더라도 내가 스위치를 켜기만 하면 밝아지는 그런 거.
달력의 한장씩 뜯어내며 지나가는 하루하루가 아니라 블럭을 쌓듯 점점 쌓여가는 그런 하루하루로 만들고 싶다.
어쨌거나,
마음이라는 것도 오래쓰면 피곤해서 나도 모르겠다 싶게 된다. 지금은 3시 15분. 이제 피곤해서 아까만큼 골똘히 생각도 안되고.
그만 자야겠다.